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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신춘문예 시작품(함양 네사람)
- 작성일
- 2007-01-06 09:06:36
- 작성자
- 김용규
- 조회수 :
- 929
**********경남일보 신춘문에 시 당선작************
운학정
문 길(본명 문병우, 함양 마천출신, )
나무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집 잃어버렸을까
집지킴이 구렁이 배나무 속에서
살았던 집
기침소리 으흠, 아버지 넘어가던 살림
바로세우다가
막걸리 반 되씩 새벽 약단지가 되어갔던
아버지 왜 민화로 내려앉지 못했을까
그곳엔 참기름 소금장이 있고
커다란 술독 무허가 주막이 있었지
낭창낭창 아버지 시조가 넘어가
낮 다람쥐 주둥이를 쳐다봤지
삐라가 하늘에서 내리면
와르르 염소 똥처럼 동네에서 아이들
굴러 나와
까르르한 보리밥 밀어 넣던 그 시절
물레방아 어휴 삐거덕삐거덕 돌았지
장날이면 곤드레만드레 장씨 한밤중
귀신씨름 매일 졌지
옛날 오래도록 묵어 짚단처럼 썩고
불 쇼 하던 도깨비 야담으로 가버리고
비녀바위 벼락 맞고 산은 사나운 비가
물어뜯어버렸다
산 피 흘리는 민둥산 밑으로
무녀 촛불은 오래전 거지고
천년에 누워버린 아스발트 위
쪼르르- 학 대신 자동차가 간다
노을 풀풀 던지며 힘없이 지리산 내려와
먹을래! 싸갈래! 낯선 식당 간판 밑
흘러가 오지 않는 뱀장어 찾고 있다
지리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운학정*에는 학이 없다 민화가 없다
*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있는 동네이름
* 문길 시인은 함양군 마천면 출신으로 지리산 문학, 현대불교문인협회회원임)
********시흥문학 시부문 금상수상작 *********************
아내의 손톱
노점섭
하루를 짊어지고 온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시간
석양은 하늘모서리부터 문을 닫고
담장 밑 붉은색 가득 담은 아가씨는
문 닫는 소리에 버려질 제 상처도 모르고
시집갈 날 기다리는 웃음을
아내는 저 웃음을 쇼윈도에 걸려있는 전시품처럼
뭇 사람들의 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풀잎 냄새같은 그녀는 손톱에 봉선화를 묻어놓고
10살 적 단발머리 소녀가 되었다고
떨어지면 사라질 물방울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초경에 흐르던 선명한 색은 손가락마다 흘러
쇼윈도의 장식품이 되고 싶다고
길거리 간판 색을 그려 넣고 있었다
신상품이 걸려있는 손끝마다
시계바늘에서 어제와 오늘이 출렁이는 소리
꿈나라에서 돌아 와 허물을 벗는 동안
교차로에서 부서져버린 10살 소녀는
첫 사랑 깔아놓은 빛 좋은 색깔마저 허무러져
세월은 아픔이었는가
황혼은 선명한 그림자를 밀어내고
거울 속에 비춰진 나이테의 수를 숨기고 있었다
(2007년도 시흥문학 시부문 금상수상작, 함양교육청 근무)
***********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당선작*****************
정경화(함양읍, 함양신문 기자)
타임캡슐에 저장한 나쁜 이야기 하나
놋쇠숟가락 하나가 여닫이문 깊숙이 빠져 있었어 문고리 구멍에 꽂혀 타다닥 불
꽃 튀어 오르는 길 척추脊椎를 느끼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달빛 파도에 쓸리며 흐느
적거리고 있었어
사내들 깊은 밤 주막거리 화투짝 속살에 파묻혀 놀고 있는 동안 공산명월空山明月
밝은 달이 만삭滿朔의 몸 쏟아져 내리고 때때로 주인 버리고 오는 신발들이 보이는
시간
그 신발 뒷굽을 척척 빠져나온 발자국들
저희들끼리 우루루 나뭇잎 따라 구르다가
돌담장 호박넝쿨 아래로 숨어들어가 잠잠했어
이른 아침 백주에 궁둥이 까고 있는 호박덩이 몇몇에
어머니가 짚으로 엮은 똬리를 받쳐주다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오줌을 누셨어
그곳에 둥글고 하얀 어머니 궁둥이가 오래도록
내려앉아 있었어
밭두렁 무성한 잎새 바지 안에 잘 익은 오이들 매달려 있었지 이웃집 밭이랑에서
물오른 가지들이 불쑥불쑥 일어섰어 마음껏 부풀어 팽팽한 그것들과 함께 고추밭에
태양초 고추가 어찌 그리 뜨겁던지 퍼질러 앉은 밭고랑에
매끈매끈 고구마들이 얼굴 내밀고 있었어
저녁놀이 아궁이에서 왈칵 숯불을 뒤집어 놓을 때
어머니 볼 발그레 익어서 돌아오셨지
참 이쁘다 우리 어머니 태양초 고추 하나 머금은 듯 입술 붉은 어머니 고무신 탈
탈 털어낼 때쯤이면 명命 짧은 어머니의 사내가 내려놓은 울음들이 달려 나왔지
왈칵 기다림이 반가운 아이들
앞장세운 변성기의 아이 하나가
감나무 키 큰 그림자
사립문 밖 보내놓고 있었지
호롱불 밝혀야 어른어른 떠오르는 밥상
주춤주춤 아랫목이 내어놓은 보리밥 속에
언제 숨어들었나 고구마들 숨죽이고 있었지
등뼈를 쓰다듬는 어머니 능숙한 손길에
씨앗들 모두 빼앗기고 얌전해진
가지나물 오이냉채가 입맛을 당겼지
놋쇠숟가락으로 식구食口들이 밥을 먹고 있었어
********** 문화일보 시당선작품 *****************
김륭( 함양읍)
구름에 관한 몇가지 오해(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품)
1.
실직 한 달 만에 알았지 구름이 콜택시처럼 집 앞에 와 기다리고 있다는 걸
2.
구름을 몰아본 적 있나, 당신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내 머리에 총구멍을 낼 거라는 확신만 선다면 얼마든지 운전이 가능하지
총각이나 처녀 딱지를 떼지 않은 초보들은 오줌부터 지릴지 몰라
해와 달, 새떼들과 충돌할지 모른다며 추락할지 모른다며 울상을 짓겠지만
당신과 당신 애인의 배꼽이 하나인 것처럼 하늘과 땅의 경계를 가위질하는 것은 주차딱지를 끊는 말단공무원들이나 할 짓이지
하늘에 뜬 새들은 나무들이 가래침처럼 뱉어놓은 거추장스런 문장일 뿐이야
쉼표가 너무 많아 탈이지 브레이크만 살짝, 밟아주면 물고기로 변하지
3.
구름을 몇 번 몰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해나 달을 로터리로 낀 사거리에서 마음 내키는 데로 핸들만 꺾으면 집이 나오지
붉은 신호등에 걸린 당신의 내일과 고층아파트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보다 깊은 어머니 한숨소리에 눈과 귀를 깜빡거리거나 성냥불을 긋진 마
운전 중에 담배는 금물이야
차라리 손목과 발목 몇 개 더 피우는 건 어때? 당신
꽃 피우지 않고도 살아남는 건 세상에 단 하나, 사람뿐이지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 새가 아니라 벌레야
구름이란 눈이나 귀가 아니라 발가락을 담아내는 그릇이란 얘기지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말이야 그걸 아는 나무들은 새를 신발로 사용하지
종종 물구나무도 서고 말이야 생각만 해도 끔찍해
구름이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소란스러울까
4.
아주 드문 일이지만 콜택시처럼 와 있는 구름의 트렁크를 열어보면
죽은 애인의 머리통이나 쩍, 금간 수박이 발견되기도 해
초보들은 그걸 태양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지
(자료 : 문화일보 문화면)
운학정
문 길(본명 문병우, 함양 마천출신, )
나무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집 잃어버렸을까
집지킴이 구렁이 배나무 속에서
살았던 집
기침소리 으흠, 아버지 넘어가던 살림
바로세우다가
막걸리 반 되씩 새벽 약단지가 되어갔던
아버지 왜 민화로 내려앉지 못했을까
그곳엔 참기름 소금장이 있고
커다란 술독 무허가 주막이 있었지
낭창낭창 아버지 시조가 넘어가
낮 다람쥐 주둥이를 쳐다봤지
삐라가 하늘에서 내리면
와르르 염소 똥처럼 동네에서 아이들
굴러 나와
까르르한 보리밥 밀어 넣던 그 시절
물레방아 어휴 삐거덕삐거덕 돌았지
장날이면 곤드레만드레 장씨 한밤중
귀신씨름 매일 졌지
옛날 오래도록 묵어 짚단처럼 썩고
불 쇼 하던 도깨비 야담으로 가버리고
비녀바위 벼락 맞고 산은 사나운 비가
물어뜯어버렸다
산 피 흘리는 민둥산 밑으로
무녀 촛불은 오래전 거지고
천년에 누워버린 아스발트 위
쪼르르- 학 대신 자동차가 간다
노을 풀풀 던지며 힘없이 지리산 내려와
먹을래! 싸갈래! 낯선 식당 간판 밑
흘러가 오지 않는 뱀장어 찾고 있다
지리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운학정*에는 학이 없다 민화가 없다
*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있는 동네이름
* 문길 시인은 함양군 마천면 출신으로 지리산 문학, 현대불교문인협회회원임)
********시흥문학 시부문 금상수상작 *********************
아내의 손톱
노점섭
하루를 짊어지고 온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시간
석양은 하늘모서리부터 문을 닫고
담장 밑 붉은색 가득 담은 아가씨는
문 닫는 소리에 버려질 제 상처도 모르고
시집갈 날 기다리는 웃음을
아내는 저 웃음을 쇼윈도에 걸려있는 전시품처럼
뭇 사람들의 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풀잎 냄새같은 그녀는 손톱에 봉선화를 묻어놓고
10살 적 단발머리 소녀가 되었다고
떨어지면 사라질 물방울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초경에 흐르던 선명한 색은 손가락마다 흘러
쇼윈도의 장식품이 되고 싶다고
길거리 간판 색을 그려 넣고 있었다
신상품이 걸려있는 손끝마다
시계바늘에서 어제와 오늘이 출렁이는 소리
꿈나라에서 돌아 와 허물을 벗는 동안
교차로에서 부서져버린 10살 소녀는
첫 사랑 깔아놓은 빛 좋은 색깔마저 허무러져
세월은 아픔이었는가
황혼은 선명한 그림자를 밀어내고
거울 속에 비춰진 나이테의 수를 숨기고 있었다
(2007년도 시흥문학 시부문 금상수상작, 함양교육청 근무)
***********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당선작*****************
정경화(함양읍, 함양신문 기자)
타임캡슐에 저장한 나쁜 이야기 하나
놋쇠숟가락 하나가 여닫이문 깊숙이 빠져 있었어 문고리 구멍에 꽂혀 타다닥 불
꽃 튀어 오르는 길 척추脊椎를 느끼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달빛 파도에 쓸리며 흐느
적거리고 있었어
사내들 깊은 밤 주막거리 화투짝 속살에 파묻혀 놀고 있는 동안 공산명월空山明月
밝은 달이 만삭滿朔의 몸 쏟아져 내리고 때때로 주인 버리고 오는 신발들이 보이는
시간
그 신발 뒷굽을 척척 빠져나온 발자국들
저희들끼리 우루루 나뭇잎 따라 구르다가
돌담장 호박넝쿨 아래로 숨어들어가 잠잠했어
이른 아침 백주에 궁둥이 까고 있는 호박덩이 몇몇에
어머니가 짚으로 엮은 똬리를 받쳐주다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오줌을 누셨어
그곳에 둥글고 하얀 어머니 궁둥이가 오래도록
내려앉아 있었어
밭두렁 무성한 잎새 바지 안에 잘 익은 오이들 매달려 있었지 이웃집 밭이랑에서
물오른 가지들이 불쑥불쑥 일어섰어 마음껏 부풀어 팽팽한 그것들과 함께 고추밭에
태양초 고추가 어찌 그리 뜨겁던지 퍼질러 앉은 밭고랑에
매끈매끈 고구마들이 얼굴 내밀고 있었어
저녁놀이 아궁이에서 왈칵 숯불을 뒤집어 놓을 때
어머니 볼 발그레 익어서 돌아오셨지
참 이쁘다 우리 어머니 태양초 고추 하나 머금은 듯 입술 붉은 어머니 고무신 탈
탈 털어낼 때쯤이면 명命 짧은 어머니의 사내가 내려놓은 울음들이 달려 나왔지
왈칵 기다림이 반가운 아이들
앞장세운 변성기의 아이 하나가
감나무 키 큰 그림자
사립문 밖 보내놓고 있었지
호롱불 밝혀야 어른어른 떠오르는 밥상
주춤주춤 아랫목이 내어놓은 보리밥 속에
언제 숨어들었나 고구마들 숨죽이고 있었지
등뼈를 쓰다듬는 어머니 능숙한 손길에
씨앗들 모두 빼앗기고 얌전해진
가지나물 오이냉채가 입맛을 당겼지
놋쇠숟가락으로 식구食口들이 밥을 먹고 있었어
********** 문화일보 시당선작품 *****************
김륭( 함양읍)
구름에 관한 몇가지 오해(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품)
1.
실직 한 달 만에 알았지 구름이 콜택시처럼 집 앞에 와 기다리고 있다는 걸
2.
구름을 몰아본 적 있나, 당신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내 머리에 총구멍을 낼 거라는 확신만 선다면 얼마든지 운전이 가능하지
총각이나 처녀 딱지를 떼지 않은 초보들은 오줌부터 지릴지 몰라
해와 달, 새떼들과 충돌할지 모른다며 추락할지 모른다며 울상을 짓겠지만
당신과 당신 애인의 배꼽이 하나인 것처럼 하늘과 땅의 경계를 가위질하는 것은 주차딱지를 끊는 말단공무원들이나 할 짓이지
하늘에 뜬 새들은 나무들이 가래침처럼 뱉어놓은 거추장스런 문장일 뿐이야
쉼표가 너무 많아 탈이지 브레이크만 살짝, 밟아주면 물고기로 변하지
3.
구름을 몇 번 몰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해나 달을 로터리로 낀 사거리에서 마음 내키는 데로 핸들만 꺾으면 집이 나오지
붉은 신호등에 걸린 당신의 내일과 고층아파트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보다 깊은 어머니 한숨소리에 눈과 귀를 깜빡거리거나 성냥불을 긋진 마
운전 중에 담배는 금물이야
차라리 손목과 발목 몇 개 더 피우는 건 어때? 당신
꽃 피우지 않고도 살아남는 건 세상에 단 하나, 사람뿐이지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 새가 아니라 벌레야
구름이란 눈이나 귀가 아니라 발가락을 담아내는 그릇이란 얘기지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말이야 그걸 아는 나무들은 새를 신발로 사용하지
종종 물구나무도 서고 말이야 생각만 해도 끔찍해
구름이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소란스러울까
4.
아주 드문 일이지만 콜택시처럼 와 있는 구름의 트렁크를 열어보면
죽은 애인의 머리통이나 쩍, 금간 수박이 발견되기도 해
초보들은 그걸 태양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지
(자료 : 문화일보 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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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과 정보전산담당 (☎ 055-960-4240)
- 최종수정일
- 2024.07.25 09:4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