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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고를 떠나며
- 작성일
- 2008-08-27 05:09:30
- 작성자
- 박기주
- 조회수 :
- 159
42년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이 자리를 만들어 영광스러운 마침표를 찍게 해 주신 학생 여러분, 우리 학교 교직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날이 되니 유독 고마운 분들이 너무도 많이 떠오릅니다. 먼저 저를 낳아주신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34년 가난한 선생의 아내로 돈 한 푼 없이 진주고등학교 발령을 받은 이래로 10년 동안 11번의 이사를 하게 해도, 8년 동안 교장 노릇한다고 집에서 멀리 따로 떨어져 살아도 군말 없이 내조를 잘 해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고맙게 잘 자라준 아들, 딸, 며느리에게 감사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형을 위해 무한한 양보를 해 준 사랑하는 일곱 아우들에게 감사합니다. 시골학교 선생으로 묻혀 살던 저를 진주고등학교로 발탁해 주신 김홍안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부속고등학교로 옮기는 데 힘써 주신 한양대학교 대학원장님이신 김기수 박사님 감사합니다. 늦게 시작했던 공부에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어주신 려증동 교수님, 김수업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님, 감사합니다. 제가 정년 후에 생을 걸 마지막 과업을 일러 주신 용타큰스님, 대화큰스님께 감사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를 더욱 영광스럽게 만들어 주신 분으로 우리 함양군의 천사령 군수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친형제보다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해 애를 쓰는 저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신 것을 한량없는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사랑하는 제자들과 우리 학교를 이끌어 갈 선생님들께 마지막 당부를 드립니다. 좋은 학교의 터전은 웬만큼 닦아 놓았다고 자부합니다만, 용을 그린 그림에서 마지막 눈동자를 완성하여 하늘로 솟아오르게 할 마지막 붓질은 이제 여러분들께 남기고 떠납니다. 좋은 학교 학생들은 기상이 남 다릅니다. 모두가 하면 된다는 기상이 넘쳐납니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의 학교 공기와 지금의 우리 학교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달라진 것은 틀림없습니다만, 아직까지 부족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것은 곧 내가 내 학교 주인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패기 넘치는 기운입니다. 어깨에 힘을 주고 걸어도 좋습니다. 경상남도 안에서는 김해외국어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최고 수준의 공립고등학교가 우리 학교입니다. 모든 학생이 이런 자부심과 함께 주인 정신을 가지고 제각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나라 안에서도 으뜸가는 명문고등학교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덧붙여서 아마 이명박정부가 오늘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만, 우리 학교를 기숙형 공립고등학교 가운데 본보기로 삼을 엄청난 지원이 있을 예정이라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알려 드립니다. 45억원의 돈을 투자하여, 제가 이루고 싶었던 마지막 사업, 전교생을 기숙사에 넣어, 우리 학교 현관 앞에 있는 구호, ‘슬기롭고 다사로우며 올곧은 사람’이라고 하는 전인적인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길러내는 산실이 되게 하는 일을 돕게 될 것입니다. 지금 1,2학년은 아마 그러한 혜택을 보게 될 것이어서, 전국에서 우리 학교로 들어오기를 욕심내는 학교로 발전하는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시지는 못해도 멀리서 저의 퇴임을 축하해 주신 우리 고장 여러 어른들과 학부형님, 선후배, 친구, 저에게 배움을 받고 각계에서 훌륭한 일꾼으로 활약하고 있는 제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리며 퇴임사에 갈음합니다.
여러분 모두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8월 26일
함양고등학교장 박기주
- 담당
- 행정과 정보전산담당 (☎ 055-960-4240)
- 최종수정일
- 2024.07.23 20:53:00